체험소감문천안 서여자중학교 2학년 김다혜
언젠가 가정주부의 생활 사연을 담은 이야기를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은 기억이 난다. 생활 속에 있었던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담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내용이 인상적이어서 아직까지 어렴풋한 기억이 떠오른다.사연을 보낸 주부는 신혼이었는데, 아마 얼굴도 예쁘고 살림도 잘해서 시아버지께 많은 귀여움을 받았던 모양이다. 하루는 시댁 어른들의 장롱을 정리하면서 낡고 더러운 옷가지들을 모아 빨래를 했다고 한다. 그때 장롱 구석에 있던 얼룩이 묻은 태극기 한 장을 발견하고는 깨끗하게 빨아 빨랫줄에 걸어 놓았다. 그 날 저녁 외출했다가 돌아오신 시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누가 함부로 태극기를 빨라고 했니? 이 태극기에는 독립운동을 하시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피와 땀이 묻어 있는데......” 평소에 칭찬만 받고 지내던 그 새댁은 처음 듣는 시아버지의 꾸중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리고 시아버지로부터 설명을 들은 새댁은 비로소 시댁 가족의 역사를 알고 자랑스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평소 막연하게만 느꼈던 나라사랑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사연이었다. 그렇다.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한낱 헝겊조각에 불과한 태극기가 특별한 경험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천만금보다 소중한 가치를 지닌 것이다. ‘국립대전현충원’정문에 내려서는 순간 오래된 이야기가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중앙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았기 때문이리라. 이곳은 일제치하 36년 치욕의 세월을 거쳐 6.25전쟁 때까지 나라를 지키다가 순국하신 호국영령들의 넋이 잠들어 계신 곳이다. 또한 순직하신 소방관은 물론 월남전 참전 용사들의 영령들도 모셔진 곳이라고 한다. 전체 면적이 약 백만 평이라고 하니 이런 어마어마한 무덤이 세계 또 어디에 있을까? 더구나 이곳에 누워계신 분들은 대부분 하늘에서 주신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젊은 나이에 한을 품고 돌아가신 분들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다. 끝도 없이 늘어서 있는 묘비들을 닦으며 아마 수백 년이 지나면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유명한 고대의 무덤 군락지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 보았다. 점심을 먹고 비석을 열심히 닦고 있는데 유가족으로 보이는 아저씨께서 내가 있는 근처로 오셨다. 그 분은 손을 잡고 있는 딸에게 “할아버지가 여기에 누워계셔.”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가족은 아니지만 분명 또 다른 우리 가족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 보았다. 비석을 닦으며 팔이 저려옴을 느꼈지만,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분들이나 유가족들보다 더 힘들까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닦았다. 비석을 닦고 나서 우리반 일행은 ‘보훈미래관’이라는 곳에 갔다. 그곳에서는 전사하신 장병들의 유품을 보아다. 그리고 많은 편지들도 보았는데, 대부분 유가족들이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장렬히 산화하신 호국영령 및 순국선열의 생전의 업적을 기리고 추모하는 내용이었다. 편지들을 읽으며 가슴이 뭉클해옴을 느꼈다. 그리고 나도 유가족의 심정이 되어 비록 짤막한 내용이나마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게 드리는 감사의 편지 한 장을 놓고 왔다. 호국영화관에서는 연평 해전을 주제로 한 영화를 관람하였는데, 북한의 총격에 부상을 입은 선장아저씨가 배가 북한 쪽으로 가지 않도록 끝까지 키를 움켜쥔 모습이 기억에 선명하다. 작년 3월에 있었던 천안함 사건을 알리는 사진도 있었는데, 돌아가신 46명의 전사자들이 대부분 젊은 나이였고 19세의 어린 나이로 해병대를 지원하여 입대했다가 희생된 분도 있었다. 작년 11월 23일에 북한이 연평도에 전면적인 포격을 가하여 우리 국군과 주민이 희생되는 사건도 있었다. 북한은 6.25전쟁 이후에도 끊임없는 도발로 우리를 침략하여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지만 반성이나 사과는 커녕 협박과 보복을 일삼고 있다. 6.25전쟁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인 전쟁이다. 저들의 사과와 침략 재발방지 약속을 받지 않고서는 앞으로 어떠한 경제적인 지원을 해 주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저들이 분수를 모르고 또다시 도발해 올 경우 반드시 보복 공격을 가하여 다시는 꿈도 꾸지 못하도록 응징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제 36년 간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6.25를 거친 지 이제 약 60년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여 모든 면에서 세계 100위권에 들어가는 강대국이 된 것이다. UN의 지원을 받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이 이제 다른 나라를 도와주는 원조국이 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지구상에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정말 자랑스럽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둘러싼 현실은 여전히 밝지만은 않다. 지구상에 있는 유일한 분단국가...... 주변의 그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가 잘 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오직 우리 국민들 스스로가 여러 가지 어려운 시련들을 이겨내고 홀로 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장렬히 산화하신 호국영령 및 순국선열을 잊지 말고 그 분들의 업적을 추모하며 뜻을 이어 받아 살기 좋은 대한민국, 세계 제일의 나라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당당히 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분들에게 보답하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국립대전현충원’의 문을 나서며 타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니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