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전현암초등학교김성현
오늘은 즐거운 현장체험학습날! 들뜬 마음에 아침 일찍 일어났다. 졸린 눈을 비비며 방 밖으로 나가보니 엄마께서는 벌써 나를 위해 맛있는 김밥을 싸고 계셨다. 항상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날이면 김밥과 과일 등 정성을 들여 도시락을 싸주신다. 나는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이 제일 맛있다. 현장체험학습은 대전 현충원으로 간다. 현충원은 나라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의 묘가 있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가본적 없는 나는 묘지를 생각하니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또 그 묘비를 수건으로 닦는다는 선생님 말씀이 있으셨는데 너무 힘들 것 같아서 현장체험으로 현충원 가는게 싫었다. 그래도 맛있는 간식과 도시락을 싸가지고 놀러간다는 생각에 금세 무서운 마음은 사라졌다. ‘묘비 닦는 것도 선생님 보실때만 닦고 친구들과 재밌게 놀다와야지.’ 친구들과 놀 생각에 들떠서 준비를 일찍 마치고 학교로 갔다. 친구들도 신이났는지 교실에는 아이들 떠드는 소리로 시끌시끌했다. 엄마들이 버스 떠나는 곳까지 배웅을 나오셨다. 엄마의 배웅을 받고 대전 현충원으로 출발!!! 차를 타고 가는 길이 너무 신나서 친구들과 즐겁게 수다도 떨고 간식으로 준비해온 과자도 먹고 가는 내내 재미있었다. 현충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너무 깨끗하고 조용했다.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던 나는 깨끗하고 조용한 길에 뭔가 숙연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 옆에 있던 친구들도 내 마음과 같았는지 순간 버스 안이 조용해졌다. 현충원 입구에선 아카시아 향이 진하게 났다. 아카시아 꽃 냄새를 처음 맡아 봤는데 그 향기가 달콤한 꿀 같았다.
처음으로 우리가 찾은 곳은 현충탑이었다. 현충탑에서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올리는데 가만히 고개숙이고 서 있을려니 몸이 근질근질 거리고 자꾸 하품이 나왔다. 눈감고 있는게 힘들어 살짝 고개를 들어보니 친구들이 바른 자세로 묵념하는 모습은 나보다도 훨씬 커보였다. 순간 회장인 내가 모범을 보이지 못한 것에 대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바로 고개를 숙이고 현충원에 계신 분들께 정말 경건한 묵념을 드렸다.
묵념을 마치고 보훈미래관이라는 곳에 가서 구경을 하다가 ‘그날’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뭐가 재미있겠어?’ ‘보나마나 시시한 영화겠지’‘영화보지 말고 애들하고 뛰어다니며 놀고 싶다.’ 영화를 보기 전에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영화가 지루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 중간부터 내 생각이 바뀌었다. ‘뭐 저런 나쁜 사람들이 다 있어!’ ‘같은 나라끼리 싸우긴 왜 싸워!’ 라고 북한 사람들을 욕하기도 했고 우리나라에게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힌 북한을 원망하기도 했다. 또 ‘아저씨! 돌아가시면 안되요!’ 하느님! 저 아저씨 사려주세요!’하는 간절한 내 마음도 솔직히 표현해 보기도 했다. 국군 아저씨들은 우리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걸고 싸우시다가 총을 맞아 다리가 잘리고 총알이 머리에 박혀 돌아가시기도 하셨는데 나는 우리나라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참 마음이 우리 집 컴퓨터 전선처럼 복잡했다. 영화가 끝나고 난 의자에서 일어나다가 그냥 털썩 주저 앉았다. 다리가 아프고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무서웠다. 한나라 한 민족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전쟁을 했다는 게 끔찍했다.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이 났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난 겨우 일어났다. 눈을 질끔 감았다 떠 보니 다시 내가 살던 세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그 전에 내가 어디를 갔었는지 잘 모르겠다. 국군 아저씨들이 열심히 싸우시는 곳에 갔을 수도 있고 국군 아저씨들이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았을 수도 있다. 그 분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친구들과 떠들고 웃으며 살고 있는 것 같아 너무 감사했다. ‘나라를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영화를 보고 묘비를 닦으러 가는 길에 삐약 삐약 병아리처럼 걸어다니는 유치원생들을 보았다. 귀여운 아가들을 보니 아까의 생각을 잠시 잊고 도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묘비를 닦으러 갔다. 선생님께선 주의할 점을 말씀하시고 우리에게 경건한 마음으로 묘비를 닦으라고 하셨다. 난 묘비 앞에서 먼저 인사를 드리고 열심히 구석구석 닦기 시작했다. 무섭고 게으름 피우고 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선생님께 칭찬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안보이는 곳까지 깨끗하게 닦아야 한다는 마음에서 우러 나왔다. 그때 만큼은 묘비를 열심히 닦는 내가 예뻐보이고 자랑스러웠다. 저말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신 분들께 감사해서 열심히 닦았으니 묘비 밑에 계신 분도 날 칭찬해 주실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집에 돌아와 엄마 아빠께 체험학습 다녀왔던 얘기도 해드리고 자주 안쓰던 일기도 썼다. ‘6⋅25전쟁에 참전해서 나라를 위해 열심히 싸우다 순국하신 국군아저씨! 많이 아프시고 무서우셨죠? 아저씨 덕분에 저희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걸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어요. 너무 죄송하고 부끄럽지만 감사합니다. 이제부턴 아저씨들께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여 나라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를 지켜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현장 체험 학습 다녀온 중에 가장 좋은 체험이었던 것 같다. 시간내어 식구들과 자주 가자고 엄마, 아빠께 말씀드려야겠다. ‘다음에는 예쁜 꽃도 사다 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