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울림을 준 현충원 참배
이리백제초등학교 이세현
무덤. 산 아래 하얀 비석을 앞세우고 초록 잔디옷을 입고 봉긋하게 속을 곳. 많은 슬픔을 간직하고 왠지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곳. 처음 우리 반 선생님이 국립대전현충원을 간다고 했을 때 내 머리 속에는 이러한 것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은 현충원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내 머릿속에서 멀리 날아가 버렸다. 지금가지 보아왔던 다른 묘지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넓고 잘 정돈 된 모습이 묘지라기보다는 공원인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이곳에 묻히신 분들의 수고와 고생을 어루만져 주듯 아늑하고 평안하게 우리들의 마음에 다가왔다.
현충원은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애국지사들, 6․25전쟁 중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으신 분들이 편안히 잠들어 계신 곳이다. 자기 자신의 목숨과 평안을 돌보기보다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신 분들을 기념하고 업적을 기릴 수 있는 바로 그곳이 현충원이다.
현충원에 도착해서 우리들은 제일 먼저 현충탑 앞에서 분향을 하고 묵념을 하였다. 더욱 뜻깊었던 것은 반장인 내가 반대표로 분향을 한 것이었다. 분향을 하고 묵념을 하는데 갑자기 내 마음 속에 무언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나라를 위해 하나밖에 없는 자신들의 목숨을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만약 그 시대에 내가 태어났었다면 나는 어땠을까? 아마도 나는 내 생명을 지키기 위해 비겁하지만 도망을 갔을 것만 같았다.
또,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지킬 것이라는 마음으로 나만 생각하고 나라를 위해 나를 희생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분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나라를 지키신 것이라는 사실을 여기에 서자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이곳에 묻히신 분들이 정말 더 위대하고, 자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되었다.
우리들은 준비해 온 손수건들을 물에 적셔 비석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닦아갔다. 선생님께서 손수건을 준비해오라고 하셨을 때에는 묘지를 닦아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 와서 한분의 이름이 적혀있는 비석을 실제로 닦으니 마음에 작은 감동이 생겼다. 만약 이 분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없었을 것이고, ‘나’라는 존재도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그 생각에 비석을 닦는 내 손에도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반짝반짝 빛이 나도록 정성껏 비석을 닦았다. 이분들의 비석을 내가 닦게 되다니, 역시 이곳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가야할 시간이 되었는데도 자꾸만 더 많이 닦아 드리고 싶었다.
현충원에는 우리 삼촌의 묘가 있다. 작년 12월, 공군 소령이신 박정수 삼촌은 비행 훈련 도중 전투기에 문제가 있어 이륙하던 중 전투기가 폭파되어 돌아가셨다. 삼촌은 정말 멋지고 자랑스러운 공군이셨는데 이제 삼촌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많이 아팠었다. 이곳에 올 때는 삼촌의 무덤에 가서 비석을 닦아드리려고 했었는데, 너무나 넓은 이곳에서 삼촌의 무덤을 찾기가 어려워 마음속으로만 인사를 드리고 돌아오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했지만 삼촌이 이곳에 묻혀 계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했다. 이곳에 묻히신 분들의 가족들의 마음도 나랑 비슷할 것 같았다. 슬프지만 자랑스러움이 더 클 거라는 마음이 말이다.
현충원에 다녀오면서 나는 오늘의 대한민국,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도록 희생하신 호국영령들에게 이제야 진정한 감사의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앞으로 나도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모든 일에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곳, 현충원에 계신 우리들의 조상들이 흐뭇하게 미소 지을 수 있도록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며, 세계 최고 대한민국을 위해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