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에서 얻은 세 가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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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유구초등학교 설 하 빈
구름이 몽실몽실 해를 가린 5월 17일, 우리는 유구에서 한시간정도 걸리는 대전 국립현충원에 갔다. 나는 놀러간다는 생각에 전날부터 가슴이 설렜다. 버스 밖으로 보이는 나무, 꽃, 구름들이 나를 더 설레게 했다. 커다란 대문을 지나 들어간 현충원은 꼭 넓은 공원 같았다.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아름드리나무가 길을 따라 높게 서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회색빛의 탑 꼭대기가 머리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우리는 그 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탐이 가까워질수록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친구들과 나는 처음에는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를 조용히 시키는 선생님과 군인 아저씨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곧 현충원을 설명해 주시는 가이드 선생님의 말을 듣고 현충탑이 가지는 의미와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우리 민족의 얼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친 용기 있는 분들을 생각하고 감사를 전하는 현충탑 참배. 마냥 즐겁게 생각했던 내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나는 참배를 하는 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조상님들께 계속 죄송하다고 속삭였다. 조상님들께서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게 용기를 가지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열심히 행동으로 나타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참배를 끝내고 우리는 보훈미래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짧은 시간동안 전시물을 봐야했던 우리는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그러던 중 내 눈에 녹이 슨 물통과 수저, 구멍 뚫린 모자가 들어왔다. 6・25전쟁 때 전쟁터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유해를 발굴하던 중 찾은 것들이라고 하는데 녹슬고 부서진 모습이 꼭 총을 맞아 피를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정말 피가 묻어있는 것ㄴ지도 모른다.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났던 그 전쟁이 얼마나 무섭고 마음 아픈지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전쟁터에서 총을 맞고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가족이 정말 보고 싶을 것 같다. 누구나 가족이 있다. 가족과 떨어져 얼굴도 보지 못한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면 얼마나 외롭고 서러울까? 그 전시물들이 주인의 마음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전시물을 보고 우리는 비석이 촘촘히 줄 지어있는 곳으로 갔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비석을 깨끗이 닦는 것이었다. 구름이 해를 가리고 비가 오락가락 했지만 모두들 정성들여 비석을 닦았다. 비석을 닦던 중 친구들이 우리 반 반장인 근우의 이름이 적힌 비석을 발견했다. 그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랑 같은 이름을 가진 분도 이 중에 계실까?’ 있다고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는 용기가 생겼다. 나도 그 분처럼 용기 있게 나라를 지키는 일을 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비석 하나를 닦을 때마다 내게 없던 용기, 자신감이 하나씩 커지는 느낌이었다.
현충원 체험을 끝내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나는 체험을 통해 세 가지 마음을 얻었다. 첫째, 가족, 국민, 나라를 위해 애쓰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둘째, 가족을 더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셋째, 나라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표현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데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이 마음들을 소중히 가꾸어 나도 다른 사람들이 ‘이 사람은 정말 나라를 사랑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노력해야겠다.